“직구를 던진다”던 약속 지킨 KT 김민

입력 2018-07-28 08:00

“박용택, 김현수 선배를 만나도 초구에 가장 자신 있는 직구를 던지겠다.”

KT 위즈의 김민(19)이 프로 통산 첫 선발 등판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실제로 김민이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KBO 정규리그 경기에서 5이닝 동안 던진 66구 중 직구는 46구였다. ⅔가 넘는 수치다. 커브는 14개, 슬라이더는 6개였다.

김민의 말대로 그의 직구는 치기 쉽지 않았다. 최고 구속 149㎞의 빠른 볼로 LG 타자들을 상대해 5이닝 동안 2안타와 1점만을 내주며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46개 중 스트라이크는 29개를 잡아 고졸 루키의 프로 데뷔 첫 등판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사실 김민은 직구만 가진 원피치 투수가 아니다. 1회초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슬라이더는 매우 위력적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직구를 고집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김민은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며 “내 직구는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슴을 프로 첫승 기념구로 툭 치며 말하는 그에게서 자부심이 엿보였다.

이어 “나는 변화구보다는 직구가 나은 것 같다. 변화구는 세게 못 던지니까”라며 “스플리터도 연마했지만 아직 완성이 안됐다. 잘 되지 않는 것을 하기보다는 제일 자신 있는 것을 던지라는 말씀을 선배들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 혼자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도와주신 선배들과 구단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김민의 가족이 경기장을 찾아 그의 데뷔전을 지켜봤다. 김민은 “부모님께 창피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맞더라도 부모님께 당당할 수 있도록 가운데로 넣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수원=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