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발표된 ‘국방개혁2.0’…극과 극 안보환경 변화 고려?

입력 2018-07-28 05:00 수정 2018-07-28 05:00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 추진 방향을 담은 ‘국방개혁2.0’이 진통 끝에 발표됐다. 이번 개혁안은 이미 이달 초 90% 이상 수립됐었지만 청와대와 국방부 간 추가 토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 것이다. 특히 국방부는 올해 들어 급진전된 남북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개혁안에 반영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됐던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국방개혁 청사진을 내놓는 데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27일 “북한의 고강도 위협 상황만 가정할 경우 고려해야 할 요소는 비교적 명확하고 간단해진다. 각 군의 전력 증강 계획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개혁2.0은 ‘북한의 군사 도발 재개’와 ‘비핵화 또는 평화체제 논의 진전’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을 모두 배제하지 않았다는 게 군 관계자들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방개혁2.0의 기본 방향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을 추진하는 동시에 핵심적인 전력화 사업을 장기적으로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변화된 안보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북한 도발이 지속되던 때의 국방개혁안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국방개혁의 ‘간판’을 놓고서도 고민이 깊었다. 이는 공세적인 신(新)작전수행개념 수립 계획의 수정 여부를 정하는 일이다. 이 작전개념에는 최단 시간, 최소 희생으로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참수부대 투입 작전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초 국방부가 이 같은 공세적 작전개념 수립을 추진했던 데에는 국방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과거 정부의 국방개혁 공약이 흐지부지됐던 것은 ‘안보 불안’이라는 고개를 넘지 못한 측면이 컸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큰 상황에서 군 병력을 줄여나가는 개혁안을 추진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지적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구절벽 현상에 대비한 병력 감축과 군 인권 향상 등은 이미 풀어냈어야 하는 과제인데 이런 우려를 해소하지 못해 번번이 중도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방개혁 2.0' 기본 방향을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빚어졌던 셈이다.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평화 공세’가 시작된 후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졌다.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졌다. 일각에선 공세적 작전개념 수립 계획이 완전히 폐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국방개혁2.0에는 이런 공세적 작전개념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다. 다만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인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대량응징보복(KMPR)체계 전력화를 정상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 위협의 현저한 감소가 실질적으로 가시화될 경우에 대비해 3축 체계 중 어떤 부분을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