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이중적인 사람, 지지자 접촉 극도로 싫어했다”

입력 2018-07-27 18:42 수정 2018-07-29 11:52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 김지은(33)씨가 안 전 지사가 지지자들과의 접촉을 싫어했다고 주장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온화하고 인권과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이었으나 실제는 이미지와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2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성폭행·추행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 출석해 A4 14장 분량의 진술서를 약 45분간 읽었다. 김씨는 중간중간 흐느끼고 때때로 오열하면서도 끝까지 읽어나갔다.

김씨는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목격하고 겪은 안 전 지사의 모습을 법정에서 폭로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제왕적 리더’라고 표현하며 안 전 지사의 이중성을 목격하는 게 수행비서로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고 했다.

김씨의 진술이다. “피고인(안 전 지사)은 외부 이미지를 중요시하며 민주주의, 인권, 젠더, 소통을 말해왔지만 지지자의 접촉을 극도로 피곤해했다. 차량을 내리기 전에는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며 ‘행사는 시간 내에 꼭 끝내라’ ‘더 피곤해지지 않게 적당히 봐서 팬들 차단해라’고 지시했다. 행사 중에도 내키지 않으면 ‘가자’ ‘끝’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면 수행비서가 팬들 하나 제대로 못 막았다며 짜증내고 질책했다.”

김씨는 지난해 충남에 큰 홍수 피해가 났을 당시 안 전 지사의 행태도 고발했다. 김씨는 “피고인이 현장 방문을 10여분만에 서둘러 마치고 당일 저녁에는 평소 자주 연락하던 여성과 식사를 하며 술에 취해 그 여성의 몸을 더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일상과 생각까지 위력으로 억눌렀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너는 나의 그림자다’ ‘너의 의견을 달지 마라’ ‘너는 나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끝까지 나를 지켜라’ 라는 말들을 세뇌당하듯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조직의 수장이었고, 세상 모든 사람이 아는 정치인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이중성을 말하기 두려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