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전국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난데없이 ‘충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군 주요 간부들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충성’ 구호를 붙여 경례한 것이다.
하지만 회의 석상에서 이 같은 ‘구호 경례’는 생소하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는 “원래 회의 때는 경례를 안 하는데 오늘은 경례를 하기로 했다”면서 “경례를 하더라도 구호 없이 거수 경례만 하는데, 오늘은 ‘충성’ 구호를 외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소와는 달리 구호까지 붙여가며 경례를 했다는 얘기다.
회의 시작을 앞두고 군 관계자들이 다같이 ‘충성’ 구호를 붙여가며 경례를 연습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이 같은 이례적인 구호 경례가 최근의 군 내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한 문건이 확인된 가운데, 문건 작성 경위와 보고 경위를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소속 지휘관들이 공회에서 공개적으로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낯 뜨거운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군 간부들의 성추행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당나라 군대’라는 비판까지 나온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회의에서 국방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군 스스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임해 달라.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무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면서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군 간부들이 다 같이 ‘충성’ 구호를 외친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 역시 ‘충성’을 두 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 비리를 언급하며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장병들의 사기와 충성심은 가장 강력한 개혁 동력”이라고도 했다. 정치적인 목적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을 개혁하는 데 힘써달라는 당부였다.
이날 회의에는 송 장관 이외에 정경두 합참의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 군 주요 인사 등이 180여명이 참석했다. 송 장관이 국방개혁 2.0의 개요를 보고했고, 합참의장 등 다른 간부들이 각각의 해당 분야를 자세히 보고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