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차기 대통령 유력 후보인 안 전 지사의 전형적인 성범죄”라며 “(안 전지사는) 업무를 가장해 피해자를 불러들여 정치·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과 성교육프로그램 이수 및 신상정보 공개 고지 명령을 구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극도로 비대칭적인 지위·영향력을 이용해 출장지에서 늦은 밤 담배, 맥주 심부름을 시키고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의사에도 추행했다”면서 “(김씨가) 도지사의 요구사항을 거부할 수 없는 ‘을’의 위치인 것을 악용해 업무 지시를 가장한 뒤 방으로 불러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저항할 수 없는 사정이었던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른바 ‘인분 교수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은 2015년 한 사립대 교수가 제자에게 노예와 같은 생활을 시키고, 인분을 강제로 먹이는 등 각종 폭력을 일삼았던 일이다. 검찰은 “가해자에 의해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권력형 범죄의 피해자들은 도망치지도, 신고도 못했다”며 “범죄 인식을 못해서가 아니라 신고하는 순간 자신의 꿈이 무너질 거라는 공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발생 당시 저항하고 바로 신고하는 피해자는 드물다. 가해자가 낯선 사람일 때나 가능하다”면서 “사건 이후 모습이 피해자 같지 않다고 해서 피해자를 피해자로 안 보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위력 행사 여부에 대해선 “위력은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충분한 세력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것인지를 (반드시)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김씨와 연인 관계라는 안 전 지사측 주장에 대해 “애정에 기반한 게 아니라서 데이트 행위가 없었다”고 지적한 뒤 성관계 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유와 관련 “피해자는 공무원 신분을 보장 받지 못했다. 안 전 지사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며 “안 전지사는 정치권과 다른 분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이직이나 재취업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직을 생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기습 추행은 없었고 간음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김씨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고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검찰 의견을 반박했다. 또 “안 전 지사가 그 자체로 위력이라거나 일상적으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력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이 어떻게 행사됐는지 알 수 없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4월 11일 불구속기소 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