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한국여연)은 27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것에 대해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85년 출범한 한국여연은 28개 여성단체의 연합체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 기구다.
한국여연은 이 성명에서 “최 시인은 자신이 목격한 고은의 성폭력과 자신의 피해 경험을 증언했다”며 “최 시인의 용기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가 되었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데 중요한 마중물이 됐다”고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 시인이 최 시인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고 글쓰기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여연은 이에 대해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을 묵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성폭력 가해자가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몇 개월 만에 갑작스레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피해를 가하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연은 고은 시인을 향해 “당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피해자와 증언자들이 아니라 바로 고은 당신 자신”이라며 “고은은 당장 소를 취하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또 “성차별·성폭력 없는 세상을 향한 여성들의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반성 없는 가해자들의 태도를 지켜보고 끝까지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