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가부 장관 “고은 명예훼손 소송은 전형적 2차 가해”

입력 2018-07-27 16:13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고은(85·본명 고은태)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동아일보를 상대로 건 10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놓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를 “전형적인 2차 피해”로 규정하고 법률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 건(고은 시인의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전형적인 2차 피해”라며 “최 씨(최영미 시인)와 소통하며 법률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에 따르면 현재 여가부는 여성변호사회와 MOU(업무제휴 협약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맺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관련 사업 중 신고센터 사업에서 무료 법률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 장관과 질의를 진행했던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이번 사건이) 미투 운동으로 용기내어 고발했던 사람들에게 ‘고발하면 큰 코 다친다’는 사인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부가 이런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야 한다. 고소당했다는 사실만 보도되고 여성부가 최씨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는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 시인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자신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취재기자 2명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앞서 최 시인은 ‘1992년 겨울부터 1994년 봄 사이 어느 저녁, 탑골공원 근처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특정 부위를 꺼내 동석한 여성들에게 애무를 요구했다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또 2008년 모 대학 강연회에서 고 시인이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를 목격했다는 박 시인의 증언을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고 시인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 시인이 혐의 부인을 넘어 명예훼손 소송까지 청구하자 최 시인은 “싸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게 싸움을 걸었으니 기꺼이 응해주겠다”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더 많은 증인들이 나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당시 문단 전체가 침묵한 상황에서 최 시인의 폭로가 거짓으로 몰리는 상황이 안타까워 폭로에 동참했다”며 “내가 보고 들은 것은 전부 사실”이라 말했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