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미국프로야구(MLB) 최고의 3루수로 군림했던 조시 도날드슨(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생애 가장 중요한 FA직전 시즌에 부진을 겪으면서 초대형 계약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선수가 활약하는 시점은 중요하다. 누군가는 데뷔 초기부터 최고의 성적을 올려 FA가 되기도 전 초대형 계약을 맺는다. 풀타임 첫 시즌인 2012년부터 MLB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FA 자격 취득을 4년이나 남겨둔 2014년 6년간 1억4450만달러의 초대형 장기계약을 맺었다.
누군가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FA 직전에 부진해 대박의 꿈이 어그러진다. 팀 린스컴(전 텍사스 레인저스)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으로 사이영상을 거머쥐고도 FA직전인 2012년과 2013년 부진을 겪었다. 결국 그가 받아낸 계약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2년간 3500만 달러였다. 도날드슨은 린스컴의 길을 따르는 모양새다.
도날드슨은 2007년 전체 48번으로 지명된 유망주였지만 28세였던 2013년에야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그간의 설움을 풀려는 듯 그의 활약은 강렬했다. 0.301의 타율에 24개의 홈런에 좋은 수비를 선보이며 올스타급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다음 시즌 타율이 0.255까지 떨어지며 빌리 빈 단장의 눈 밖에 나 2015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
이 트레이드는 MLB의 명단장 빈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꼽힌다. 도날드슨은 캐나다에 가자마자 곧바로 토론토 강타선의 선봉장으로 등극하며 ‘미친 활약’을 펼쳤다. 결국 도날드슨과 시즌 중반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이적해 온 좌완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의 활약으로 토론토는 22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도날드슨은 0.297의 타율에 41홈런 123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상을 수상하며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는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도날드슨은 2016시즌에도 0.284의 타율에 37홈런을 기록하며 2015년의 활약이 ‘플루크’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 해 텍사스와의 AL 디비전시리즈를 승리로 이끄는 마지막 득점을 기록한 뒤 환호하는 모습은 많은 MLB팬들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에게 이상신호가 온 것은 지난해였다.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시즌 8경기 이상을 결장한 적이 없던 그가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하며 시즌 49경기를 결장했다. 그러나 그러고도 33홈런과 0.944의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며 뛸 때만큼은 여전히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올해 그가 심상치 않다. 개막전에 나선 직후 데드암 증상을 보이며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그러다 4월 11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출장을 마지막으로 결국 어깨염증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 이후 5월 4일 복귀해 더블헤더에서 2개의 홈런과 4안타를 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5월 29일 다시 종아리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이후 도날드슨은 2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출전이 없다. 올 시즌 36경기에 나서 0.234의 낮은 타율로 5개 홈런을 치는 데 그쳐 경기에 나섰을 때도 활약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데드암 증상은 극복했다지만 부상 전력은 누구에게나 시한폭탄이다.
도날드슨의 부상과 부진은 팀과 개인 모두에게 악재였다. 도날드슨은 FA 자격을 취득하기 직전 시즌인 올 시즌 개막 전 토론토와의 연장계약을 거부하고 2300만달러에 1년 계약을 맺었다. 33세가 되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시장에 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FA대박’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에게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어줄 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토론토로서도 부상중인 도날드슨을 넘기고 유망주를 받기 어렵게 됐다.
다음 시즌 34세가 되는 도날드슨이 1년 재수를 택하기도 쉽지 않다. 과연 도날드슨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지금으로서는 그가 그렸던 그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MLB닷컴은 “도날드슨이 재활 프로그램을 잘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복귀 일정은 미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여러모로 도날드슨에게는 추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