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김밥집서 오이 빼달라 했다가 맘충 소리 들었어요’

입력 2018-07-27 08:32 수정 2018-07-27 08:47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채소 중 하나가 오이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이를 못 먹거나 싫어합니다. 제 주변에도 오이 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10만명이 넘게 ‘좋아요’를 눌렀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이를 피하고 싶은지 알만합니다.


그런데 한 여성은 식당에서 오이를 빼달라고 했다가 ‘맘충’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맘충은 엄마를 비하하는 말입니다. 아이를 앞세워 황당한 행동을 하는 이기적인 엄마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아이가 오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오이를 빼달라고 요구했는데, 분식집에 있던 젊은 커플이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왜 저래”라고 말하면서 ‘맘충’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여성은 분개했습니다. 아이가 오이를 못 먹는데 빼 달라는 말도 못 하냐고 응수했다가 유난 떨지 말라, 조금씩 먹으면 좋아진다는 말까지 들었다는군요. 되레 직원이 여성의 편을 들어줘서 상황이 정리됐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걸까요? 맘충인가요?”라고 억울해했습니다.

참 씁쓸한 사연입니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딱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런 단어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벌레를 뜻하는 ‘충’자는 엄마보단 그 사람의 행동을 가르키는 것이 맞습니다. 여성이 육아를 더 많이 해서 그럴까요. 인터넷에는 ‘대디충’이란 단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유행처럼 번지는 ‘맘충’ 단어 탓에 정당한 일을 하고도 눈치를 보게 된다는 엄마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사연도 비슷한 일일 겁니다.

이 사연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서른 여덟 살에 다섯 살 아들을 둔 이 엄마를 두둔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아이가 먹을 것이니 ‘오이 빼주세요’가 맘충이라고 치면 ‘제가 오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런데 오이 좀 빼주세요’는 알레르기충이냐”며 젊은 커플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앞으로 무엇을 요청할 때 '애'라는 단어는 그냥 빼세요. 그냥 오이를 못 먹어서 ‘오이는 좀 빼주세요’라고 말했으면 그 커플도 아무 말 안 했을 거예요”라는 댓글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자식을 챙겨주려고 정당하게 요청한 일도 눈치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