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은 호수로 낚시가요” 노회찬 향한 유시민의 마지막 말

입력 2018-07-26 21:59

유시민 작가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6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모제가 열렸다. 유 작가는 이자리에서 추도사를 읊었다.

그는 “노회찬 대표님께 짤막한 편지를 하나 써왔다”면서 “써온 대로 읽겠다”고 담담히 마이크를 잡았다. 유 작가는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다음 생이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저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또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 가요, 회찬이 형”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라며 고인을 기렸다.

이 자리에서 영화배우 박중훈 씨와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 씨도 참석해 추도사를 읽었다.

박중훈 씨는 “수년 전 같이 선거운동을 하다 너무 과로하시는 것 같아 ‘형님 좀 쉬시죠, 쉬시고 하시죠’ 했더니 그 와중에도 웃으시면서 ‘아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방전된 다음에 충전하는 걸세. 나는 유권자 여러분에게 내 휴대폰 배터리를 모두 쓰고싶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형님 저 중훈이에요. 듣고 계시죠? 이제 겨울에 뜨거운 굴국밥 누구랑 먹습니까? 형님 그리워요. 더 절망스러운건 이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질 것 같아요. 형님 이러시면 안돼죠.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이자리 모든 사람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라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김승하 씨는 “KTX 승무원의 해고 투쟁, 4526일, 그 시작과 끝에 함께 해주신 저희들에겐 항상 따뜻한 삼촌 같으셨던 분, 노회찬 의원님은 늘 소수 약자를 위해 싸우셨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은 강자와의 싸움에 망설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머와 품위도 잃지 않으셨습니다”라며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또 “이제 의원님이 남기신 뜻, 세상의 모든 약자들이 모여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