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태원 살인사건’ 21년만에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입력 2018-07-26 18:14
사진출처=뉴시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故 조중필씨 유족이 정부로부터 배상 책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6일 조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조씨의 부모에게 1억5000만원씩, 조씨의 누나 3명에겐 각 2000만원씩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물질적 피해와 현재 국민 소득 수준,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 행위 시보다 변동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산정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어떻게든 억울하게 죽은 아들의 한을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처럼 힘없는 이들이 힘들게 살지 않도록 법이 똑바로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출처=뉴시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조씨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39)에게 살인 혐의를, 아더 존 패터슨(39)에게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1998년 9월 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복역 중이던 패터슨은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노려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조씨 유족은 패터슨을 고소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고, 지난해 1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이후 조씨 유족은 “수사당국의 부실 수사로 진범을 잡는 게 늦어졌다”며 국가에 1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서현숙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