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실바(32)가 어느덧 접어든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떠올렸다. 실바는 2010년 여름 맨체스터시티(맨시티)에 입단한 뒤 9년째 이적하지 않았다. 맨시티와 계약을 끝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떠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맨시티와 2020년 여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실바는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계약이 끝나면 난 34세다. 그때 다른 걸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잉글랜드의 다른 클럽에서 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잉글랜드에서 매우 성공적인 8년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우리가 한 축구는 매우 아름다웠으며 영국 사람들은 그런 종류의 축구를 좋아한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서 행복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바는 ‘의리’가 남다른 선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뛰었다. 스페인 최고의 크랙으로 거듭나며 한창 주가가 오르던 당시 실바를 노렸던 여러 클럽들의 거액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방만한 경영으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었던 구단 상황으로 발렌시아를 떠났지만, 아직까지도 실바는 종종 인터뷰에서 ‘친정’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밝히곤 한다. 잉글랜드의 다른 클럽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이번 발언 역시 실바의 의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는 선수생활 내내 스캔들 하나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많은 유소년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으로 술도 마시지 않고 파티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사생활의 좋은 예로 실바를 언급했을 정도다.
맨시티의 성공은 실바의 입단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왕가의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한 뒤 새로운 팀으로 태어났다. 그 과정 중 실바는 맨시티가 남긴 최고의 유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맨시티는 실바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3차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차례, 리그컵 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실바는 맨체스터 팬들 사이에서 ‘엘 마고(마법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실바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 첼시가 매우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며 “연속 우승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노력할 것이고,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팀은 맨유와 첼시가 유일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