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씨와 시사인 편집국장 A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나왔다. 김씨가 ‘이재명 스캔들’ 관련해 사과문을 올린 뒤인 2016년 1월 녹음된 것으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내가 허언한 적이 없는 걸 알고 있다’는 김씨의 발언이 담겼다.
법률방송은 26일 이창윤씨가 제보한 김씨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이씨는 ‘김씨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교제 사실을 입증할 증거에 현상금을 걸겠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규탄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파일 속 음성은 김씨가 A씨에게 “이재명씨에 대한 얘기다. 너무 억울하다. 주 기자와 통화를 좀 해야 하는데 계속 내 전화를 피한다”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김씨는 “이재명씨하고 저하고 한 9개월을 사귀었다. 제가 가장 어려웠을 때, 관리비도 못 냈을 때 저희 집에서 9개월 동안 만났다”며 “그런데 그냥 지극히 사적인 일이고 이 사람은 정치를 하겠다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김어준씨가 절대로 외부에다가 얘기하지 말라고 해놓고 특종을 써버렸다. 이름만 안 쓰고 다 (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끔…. 그래도 제가 두 번을 보호해줬는데 어느 날 (이 지사가) 제 얘기를 하더니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애들하고 막 싸우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제가 너무 속상해서 ‘이재명씨 좀 자중하라’고 했더니 종편에서 난리가 났다. 그래서 친한 주 기자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주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털어놨다.
김씨에 따르면 주 기자는 ‘누나 이렇게 하자, 누나가 이 사람을 눈감아주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고, 사과글을 누나가 간단하게 쓰면 이재명이 더 길게, 바로 더 많이 사과하기로 했다’고 설득했다. 김씨가 “너무 두렵다. 뭐라고 쓰냐”고 묻자 주 기자는 문장을 대신 만들어 줬다고 한다. 김씨는 “문장이 너무 제 톤이 아니라 맨밑의 것만 수정하고 올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주 기자가 ‘누나. 좀 억울해도 민주진영을 위해 한 번 눈감아줘’라고 부탁해 승낙했지만, 이 지사가 한 인터넷 방송에서 자신을 허언증·관심병 환자로 몰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주 기자를 믿고 일단락했는데 (이 지사가) 며칠 뒤 ‘김부선은 거짓말쟁이’라고 떠들고 다닌 것”이라며 “주 기자에게 전화했더니 그가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이게 사실이면 이재명 미XX이네’라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재명이랑 전국으로 콘서트를 다니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제가 허언을 한 적이 없다는 걸 주진우는 알고 있다”면서 “진보진영이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으니까 제가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데 저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딸은 ‘엄마 사생활인데 왜 그러냐’며 매일 울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주 기자가) ‘누나가 아니라고 이번에 해주면 다 넘어가’라고 했다”며 “주 기자 내가 이렇게 안 봤는데, 편집장님이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주 기자는 지난 25일 바른미래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지사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그는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을 향해 “난 제3자”라고 잘라 말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남녀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다, 얼마나 됐다’ 이런 얘기를 어떻게 누가 감히 할 수 있느냐. 그게 진실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는 김씨의 사과문을 대신 써줬다는 의혹에 대해 “다급하게 부탁을 해 김씨를 도우려고 나선 것은 맞다”면서도 “김씨가 그 이후 계속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잘 끝난 얘기인데 문제가 이렇게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기자들 앞에서 “기자에게 ‘진실을 얘기해라. 그것도 남녀문제에 대해서 진실을 얘기해라’ 이건 좀…”이라고 말끝을 흐린 뒤 “우리가 신입니까. 내가 그렇게 뛰어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