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는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MB 집사’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1심 재판에서다. 김 전 기획관은 뇌물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6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특활비를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방조)로 구속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 방조 혐의(특가법 위반)에 대해서는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특활비가 업무 관련성이 있는 자금인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국정원장들이 피고인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것은 상급기관(청와대)에 대한 관행적 예산 지원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 국정원장직 유지, 직무 수행과 현안 관련한 각종 편의를 제공받으려는 기대에서 특활비를 뇌물로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활비 관련 재판마다 검찰의 이러한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명에 대한 보답, 직무 수행에 있어서 편의 제공 등을 기대하고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검사 측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활비 상납을 뇌물 범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전달한 김 전 기획관의 행위도 뇌물 방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활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일관되게 국고손실 혐의로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재판을 받은 이들이 모두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처분을 받은 김백준 전 기획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국고 손실 혐의(특가법 위반)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 판결을 내렸는데, 근거는 이렇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장들의 횡령에 대한 방조를 하긴 했으나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의 회계관계직원 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특가법을 적용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형법 상 횡령에 대한 방조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범행 시점은 2010년 8월이고, 기소 시점은 2018년 2월 5일이라 형법상 단순횡령 방조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 2010년 7~8워 김성호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특활비를 각각 2억원씩 받아 총 4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3년, 벌금 2억원을 구형했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