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이 반환점을 돌았다. 김동원(49)씨 일당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기간은 26일을 기점으로 30일차가 돼 절반에 도달했다. 수사기간은 60일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30일은 경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30일은 ‘본류’에 대한 본격적인 강제수사가 이뤄지는 시기”라며 “드루킹 활동에 배후가 있는지, 정치권 등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를 포함해 핵심 의혹에 근접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킹크랩’ 구동 원리 파악… 63빌딩 1만채 높이 분량 자료 확보
특검팀은 지난 30일 동안 인터넷뉴스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사건 실체를 파악하고 정치권 인사에 대한 불법 자금공여 의혹을 해명을 위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첨단수사 전문 인력과 경제공진화모임(경진모) 핵심세력 수사를 통해 댓글 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구동원리와 댓글조작 실체를 파악했다. 경진모는 그간 킹크랩 버전 1과 2를 사용해 클릭 1314만여건, 댓글 23만6000개를 단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5차례에 걸친 드루킹 소환조사와 파주 인근 현장조사를 통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는 총 28테라바이트(TB)에 달하며 A4 용지로 출력할 경우 63빌딩 1만채 높이로 쌓을 수 있는 분량이다. 특검팀은 암호화된 상당수의 자료를 20여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해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는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평가되는 드루킹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도 포함돼 있다. 이 USB는 지난 18일 5번째 소환조사에서 드루킹이 변호사를 통해 특검에 넘긴 것으로 지난 25일 드러났다. 드루킹이 자신을 방어한 목적으로 지금까지 숨겨왔던 만큼 드루킹과 정치권 인사의 연결고리를 규명할 핵심적인 증거를 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드루킹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지사 등 정치권 ‘윗선’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힘써왔다. 이를 위해 지난 17일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끄는 경공모 핵심 회원 ‘아보카’ 도모(61) 변호사를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일본 오사카총영사로 김 지사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드루킹의 최측근이다. 또 2016년 경공모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건넨 불법정치자금 5000만원의 불법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 변호사 영장 기각·노 원내대표 사망… 특검수사 ‘제동’
법원은 특검의 체포 절차 문제를 지적하며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지난 20일 기각했다. 특검팀은 당초 도 변호사 구속 수사를 통해 김 지사 및 노 원내대표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협의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에 대한 공소권을 잃었고 ‘표적수사’를 진행했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특검은 노 원내대표의 사망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명복을 깊이 빌고 유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은 30일 “추모만 할 때는 아니다”
수사에 제동이 걸렸던 특검팀은 다시 전열을 갖추고 있다. 특검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4일 “더 이상 추모만 할 때는 아니다”라며 남은 30일 동안 사건의 배후세력 규명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특검팀은 ‘살아있는 권력’인 집권세력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인사청탁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김 지사의 전직 보좌관 한모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드루킹 최측근인 도 변호사와 면담한 정황이 포착됐다.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드루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