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했던 ‘성민이 사건’이 재조명 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아동의 친형이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혜정 아동학대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26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성민이 가족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에 따르면 성민 군의 친형인 A군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꼭 성민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성민이 부검사진 등이 모자이크되지 않은 상태로 인터넷에 떠돈다”면서 “(성민이 형은) 그런 걸 볼 때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밝은 학생의 모습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 당시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나 피해자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해 주는 제도가 사실상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아동학대피해자 보호지원법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 그 커다란 범주 안에서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가 (지원돼야 한다)”면서 “현재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최장 6개월이면 (심리치료를) 끝내고 있다. 6개월 이상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심리치료사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고급 심리치료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피해 가족들은 본인 돈으로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상 금방 잊혀져버린다. 그러면 피해 가족이 평생 극복해야 할 개인의 문제로밖에 안 된다”면서 “보건복지부나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에 좀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성민이 사건은 2007년 5월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이성민군이 소장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숨진 일이다. 당시 이군은 만 2세(23개월)였다.
사망한 이군 얼굴과 몸에는 멍, 손톱자국 등 수많은 상처가 발견됐다. A군은 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이 동생의 두 팔을 잡고 복부를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원장 부부는 이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부검의 소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세였던 A군 진술도 증언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원장 부부는 혐의를 부인하며 이군이 피아노 위에서 놀다 떨어져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군을 숨지게 한 혐의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만 인정했다. 원장은 징역 1년6개월, 원장 남편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성민이 사건은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다시 관심을 받게 됐다. 청원인은 글에 “이 사건을 아주 예전에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나라와 국민의 인식이 꼭 바뀌어야 하고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 청원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크게 화제가 됐고, 사흘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동의자수 20만명을 돌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