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방불케 하는 그리스 산불 현장…사망 81명 실종 100여명(사진)

입력 2018-07-26 13:06 수정 2018-07-26 13:07


그리스 일간 에스노스는 25일(현지시간) 1면에 까맣게 탄 나무의 가지들 사이에 매달려 있는 타버린 그리스 국기의 사진과 함께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크게 써놨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휴양지를 강타한 산불로 인해 사망자가 최소 81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전역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지난 23일 아테네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주택가로 급격히 확산됐다. 처음 산불이 난 지점은 아테네에서 약 50㎞떨어진 키네타 지역. 이어 같은 날 오후 북동부 펜텔리와 라피나에서도 두 번째 산불이 발생했다. 6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2007년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산불 이후 그리스 산불 피해의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방 당국은 화염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생존자 구조를 진행하는 한편 사망자 시신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망자 및 부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구조 지원에 나선 한 간호사는 “사람들의 형태가 마치 목탄 같다”며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티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구조 당국 및 지역 시장과의 긴급 회의를 주재했다. 화재 희생자를 위한 긴급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자연재해에 대한 민간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재 발생 원인과 이후 대처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 국민적 분노가 고조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분명한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삼림 지대의 개발제한 구역 설정 해제를 원하는 토지 소유주가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숲과 해변가에 건설된 조립식 불법 주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칙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작은 사례가 모여 이같은 재앙을 낳은 사실상 인재라는 주장이다.


지리학 연구 그룹 아틀라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아테네와 인근 휴양지를 포함하는 아티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의 65% 이상이 원인 미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발생한 화재는 2.6%에 불과했다.

그리스는 특히 다년간 지속된 경제 위기로 소방예산까지 부족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올해 초 정부를 향해 “경제 위기 8년 간의 막대한 예산 삭감 때문에 대형 화재 2건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신화·AP뉴시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