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트럭을 몰다 오토바이를 친 뒤 다시 후진하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숨지게 했다면 이는 단순 교통사고일까 살인일까. 교통사고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죄로 기소된 트럭 기사에 대해 법원은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모(50)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해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지난 2월 23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4.5t 트럭을 몰고 불법 좌회전하다 뒤쪽 옆차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A씨를 쳤다. 장씨는 이후 차를 잠시 세웠다가 다시 차에 올라타 후진했고 이때 바퀴 뒤쪽에 누워 있던 A씨 위로 차가 지나가면서 A씨는 사망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후진을 한 뒤 119에 연락한 점을 의심해 장씨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살인 혐의 적용을 놓고 고민했다. 결국 검찰 시민위원회에 자문해 11명 중 7명이 살인죄를 인정하자 장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장씨가 A씨와 일면식이 없었고 시비나 다툼이 없었다며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여러 운전자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상이 가능했다는 점 등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다시 운전석에 올라타 후진하기까지 3초 남짓 걸렸다”며 “살인하려고 마음먹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후진해 사망케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