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고양이 피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양이가 살해된 지 9일 만이다.
지난 15일 ‘호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강원 춘천시 우두동 소양2교 부근에서 종이 상자에 담겨 죽은 채로 발견됐다. 고양이는 머리를 돌로 맞아 두개골과 양쪽 눈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주인은 이모(74)씨로 3년 전부터 길을 돌아다니던 호식이와 형제들 4마리를 돌보기 시작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한달에 20만원 넘게 사료와 간식을 사서 먹이며 살뜰히 보살폈다.
이씨는 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날 바로 경찰에 사건 수사와 CCTV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밝혀진 건 고양이가 담긴 상자가 인근 미용실에서 내놓은 상자라는 것 뿐이었다. 중요한 CCTV 확인결과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경찰에 수사 상황을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현재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없어 돌아오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뿐이었다.
해당 사건은 당시에 접수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담당 파출소에서 접수한 고양이 관련 피살 사건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고양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해 사건 처리를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접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들은 이씨는 다시 신고 절차를 밟았다. 그 전날 동네 주민이 고양이 피살 장면의 목격자를 찾았다는 제보를 받음에 따라 CCTV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목격자는 범인이 동네 주민이라는 점 때문에 말하기를 꺼려해 CCTV 자료가 필요했다.
경찰은 23일이 돼서야 이씨의 집에 방문해 신고를 접수했다. 호식이의 사체가 발견된 지 9일만이었다. 과학수사대는 고양이 사체가 담겼던 상자를 수거해갔고, 상자에 지문이 묻어 있던 이씨 부부와 인근 마트 직원의 지문도 함께 채취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과학수사대에 의뢰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호식이 외에도 이씨 부부가 기르던 고양이 2마리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경찰은 동물학대를 예방하자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소양2교에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씨는 “경찰 수사가 너무 늦게 시작돼 답답했다”라며 “이제라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만큼 범인이 꼭 잡히고 다른 고양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