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에 따라 건강에 위협을 받으며 열사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은 사람보다도 체구가 작고 몸에 뒤덮인 털로 인해 열을 쉽게 발산하지 못하므로 지면에서 발산되는 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려인들은 폭염이 이어지면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뜨거운 여름철 아스팔트 위를 걷다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 동물들도 발생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 역시 화상을 입은 반려견의 발바닥 사진을 공개하며 “더운 날씨가 반려견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반려견과 외출 시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는 것이 좋다.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견주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의 아스팔트 온도는 60℃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사람보다 낮은 위치에서 걷는 반려견은 뜨거운 온도에 그대로 노출된다.
동물보호단체 역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왕립동물보호협회(RSPCA)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 반려동물들의 건강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더운 날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간다”며 “반려동물 산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만, 기온이 너무 높을 경우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교적 신선한 아침이나 저녁에 운동을 시켜줘야 한다. 특히 반려동물이 갑자기 다리를 절름거리거나 걷기를 거부하고, 발바닥을 계속 핥는다면 화상을 입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무더운 날씨, 반려동물도 ‘열사병’ 주의해야
반려동물은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 열사병은 40℃ 이상의 심부 체온,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 무한증(땀이 나지 않는 것) 등의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통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운동을 하면 시상하부의 체온유지중추가 기능을 잃어 열사병이 발생한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보다 평균 체온이 높고 털로 뒤덮여 있어 열사병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에 걸린 반려동물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구토와 설사를 한다. 만약 해당 증상이 보이면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비만인 강아지는 체지방이 많아 열을 잘 발산하지 못한다. 퍼크, 시츄, 페키니즈, 불독 등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 강아지 역시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주둥이가 짧은 만큼 두부의 기도가 짧아 공기가 기도를 통과할 때 체온을 내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더위로 인한 탈수증상 역시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이 발생했다면 반려동물을 병원으로 데려가기 전에 응급처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반려동물을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창문을 여는 등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다. 그 후 호스로 물을 뿌리거나 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둘러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 또 입의 침을 닦아 호흡하기 쉽도록 해주고 물을 마시고 싶어 하면 먹이도록 한다.
◆ 폭염에서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영국 왕립동물보호협회(RSPCA)에서는 ‘폭염에 반려동물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하는 5가지 팁’을 발표하기도 했다. 첫 번째,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반려동물을 차 안이나 건물 바깥, 폐쇄된 온실 등에 절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폐쇄된 공간의 온도는 순식간에 47도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반려동물이 항상 그늘진 공간과 신선한 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물그릇에 얼음을 띄워 주거나 얼음으로 된 간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 번째, 물에 적신 수건이나 수건으로 감싼 아이스팩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 다섯 번째, 직사광선을 피하고 달아오른 지면에 발바닥 패드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산책하는 것을 권장한다.
◆ 무더위에 지친 반려동물 위한 ‘여름나기 아이템’ 인기
반려동물의 더위를 덜게 할 만한 이색 상품들이 인기를 모으며 반려동물용 쿨 매트와 실외용 유모차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쿨매트의 최근 1개월(6월6일~7월5일)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 증가했다. 대리석부터 대나무까지 다양한 재질로 나와있다. 특히 대리석 침대의 인기가 높은데,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온돌침대처럼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용 유모차도 인기다. 최근 1개월간 반려동물 유모차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00%가량 늘었다. 유모차는 사계절 인기 있는 상품이나, 특히 여름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반려견의 피부와 눈을 보호해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평균 체온이 사람보다 2~3도가량 높고 땀을 배출 할 수 있는 땀구멍이 없어 여름철 체온 유지를 위해 다양한 아이템이 필요하다”며 “쿨매트는 물론 유모차, 강아지 민소매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