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의 잇단 엽기적 행태와 관련해 “미러링은 비명에 찬 고함이고 전략”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러링’을 남혐이라고 말하는데, 혐오는 당하는 사람에게 공포감을 주고 죄책감을 주는 것이다. 남성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김 교수는 이날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여성 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등을 통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이성 혐오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이날 ‘100분 토론’에는 윤김 교수를 비롯해 이은의 변호사,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영진 시사평론가 등이 패널로 출연했다.
윤김 교수는 “2015년 메갈리아가 탄생하기 전 저를 비롯해 김치녀, 겨털녀, 김여사 시리즈 등에 웃지 않으신 분이 있냐”면서 “예전에는 여성 혐오적인 단어가 유머 코드로 사용됐고 코미디, 드라마에도 나왔다. 이게 여성 혐오적이거나 성차별적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 혐오적 단어는 끊임없이 증식해왔다”면서 “남성들은 자신이 ‘일베’가 아니라고 하면 너무나 쉽게 여성 혐오에 대한 면죄부를 받지만, 여성들에겐 일베 외에도 다른 남초 사이트 역시 일베의 형제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들이 대적해야 하는 건 일베나 남초 사이트 외에도 온·오프라인에서의 거대한 남성연대 사회다. 여성들은 굉장히 무모하고 비명에 찬 고함, 전략 등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러링의 언어를 통해서라도 여성 혐오적 표현을 깨닫게 하고, 즉각적인 미러링과 반격의 언어를 통해 이것이 웃을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김 교수는 “‘일베’와 ‘워마드’가 같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베’는 22일 여성 노인을 성매수하고 불법 촬영을 한 뒤 모자이크 없이 나체 사진을 유포했다. 즉 실질적 범죄 행위를 하고 있지만, 워마드가 문제가 된 경우 범죄 예고의 글이었지 모방 범죄로 실질적으로 행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워마드의) 태아 사진 같은 경우에도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는데 자가 낙태한 사진이라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채 이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베’와 ‘워마드’를 동격화하게 되면 ‘일베’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누적·반복적으로 여성 혐오 범죄를 해온 것을 ‘워마드’라는 이름을 통해서 면죄부로 덜어줌과 동시에 ‘워마드’도 ‘일베’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김 교수는 “워마드가 하고 있는 걸 미러링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러링을 넘어서서 이미 폭력의 재생산, 양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