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대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불법 군대를 동원한 12·12 쿠데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2017년 12·12 버전”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전에 밝혀졌던 것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전문이 공개된 기무사 세부계획은 충격 그 자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현역 국회의원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계엄해제권을 무력화시키는 초헌법적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공당이라면 본질을 흐리는 논리로 헌정 유린과 국기 문란으로 점철된 계엄령 계획을 감쌀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이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실제 계엄령이 발동됐을 때 과연 몇 명의 의원이 불법적인 계엄령에 저항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의원들이 계엄령 문건의 시행 가능성을 두고 소극적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한 지적이다.
추 대표는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거진 계엄령 검토 문건 보고 여부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발언 등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에 대해서도 본질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 “(이번 논란이) 송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게임인 것처럼 전개하면서 심지어 국방부 장관의 개혁 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그런 양상”이라며 “송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말실수 하는 사람으로 몰고 가는 현재 구도와 관련해 문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전날 국방위 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보고할 당시의 상황을 묻는 무소속 서청원 의원의 질문에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상황임을 당시에도 인정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이에 “(당시) 이 사령관이 5분 정도 보고를 했는데 계엄 관련 문건이 아닌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해당 문건은 두꺼워 다 볼 수가 없어 놓고 가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여기에 송 장관이 “기무사 위수령 문건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민병삼 기무부대장의 폭로와 송 장관의 반박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회의는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추 대표는 이날 송 장관이 계엄령 문건에 늑장 대응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국방부 장관은 쿠데타 조직의 엄청난 보고를 받고 그 조직적 저항이 어디까지 일지, 누가 개입되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를 진중한 자세로 즉답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라가 어려울 때 그런 것(계엄령 문건)을 발표하거나 소용돌이치면 과연 지방선거가 제대로 되겠나 밤새 고민했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다”며 보고 시점에 ‘정무적 판단’이 있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