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틱장애, 약물치료가 최선 아니다

입력 2018-07-25 10:25 수정 2018-07-25 10:38

12살 K는 틱 장애를 갖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투렛 장애 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난 후 처음엔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부모는 많이 놀랐다.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가 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뭐든 들어주고 하니 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다시 나타났다. 틱에 좋다는 건 음식으로, 식이 요법을 하니 또 좋아졌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니 다시 틱에 나타났는데 이번엔 코를 씰룩이기 시작하더니 배를 움찔 움찔했다. 처음엔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차츰 겉으로도 눈에 뜨일 정도가 되었다. 때로는 너무 힘이 들어가 소변을 찔끔 찔끔 지리기도 하였다. 차츰 냄새도 나고 친구들도 K를 피하기 시작했다.

다시 나아지는 듯하더니 이번엔 목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큭,큭’ ‘끽끽’ ‘씨x’ 차츰 듣기 민망한 욕까지 하게 되었다. 원래 친구들을 쉽게 사귀고 활발한 편이었던 아이는 차츰 상처를 받고 위축이 되어 갔다. 공부를 안해도 그런대로 유지 하던 성적도 이제는 수업을 듣기 힘들 정도로 저하했다. 냄새가 난다고 피하던 아이들은 이젠 ‘공부를 못한다’며 상대도 안하고 놀리기 시작했다. 이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집에 오면 짜증이 심해지고 부모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 수위가 차츰 높아져 부모에게도 욕을 하기 시작했는데 미묘하게 음성틱 증상과 섞여 나오니 야단을 칠 수도 없었다.

K와 같은 사례는 틱증상이 진행되는 최악의 경과다. 틱은 학동기에 10명 중 1~2명이 겪을 정도로 흔하고 그 중 극히 일부가 투렛 장애로 진행된다, 뚜렛 장애는 유병률이 1만 명 당 0.5~60명 정도로 흔치 않은 질병이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틱이 생기면 부모님들은 공포심을 갖는다. 틱에 좋다는 검증되지 않은 온갖 요법, 음식을 다 동원한다. 틱증상은 원래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마침 어떤 요법이나 음식을 먹은 시기가 우연히 일치하면 효험이 있다고 믿으며 잘못된 신념에 매달린다.

그러면서 정작 아이의 학동기와 청소년기에 필요한 걸 놓치게 된다. 스트레스 받아 틱이 악화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아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허용해 주어 자기 절제력을 키우지 못하는 경우 매우 충동적이고 무절제하게 된다. 또 발달적으로 그 나이에 배워야 하는 것을 익히지 못하는 것이다. 틱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초등학교 시기는 성실하게 뭔가를 연마해서 숙달되면서 유능감을 발달시키는 시기인데 이러한 중요한 발달 과제를 놓치고 틱과 싸우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는 예들이 많다. 성장기에 놓쳐버린 발달의 과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요즘엔 약물치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병원을 찾아 ‘약물이 효과가 좋다던데 약을 써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점차로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심할 건 약물치료는 1차적인 선택지가 아니란 거다. 먼저 환경의 요소, 즉 정서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 사회적 환경을 면밀히 관찰해서 아이에 특정한 유발요인을 제거해 주는 게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약물치료는 효과는 좋지만 최선은 아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