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청소년 ‘자해 인증샷’… 막아주세요” 정신과 의사의 호소

입력 2018-07-25 05:02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SNS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며 이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임을 밝히며 “자해 청소년들의 수가 2018년 1학기부터 늘며 자해하는 문화가 전파돼 정신과 의사들에게 하루에 여러 자해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지 정신의학에서 진료하는 비자살성 자해질환 (non-suicidal self injury disorder)을 넘어 하나의 문화 신드롬처럼 전파되는 것 같은 우려가 들어 청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해문화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서 자해 관련 사진이 게재되지 않게 해당 회사들이 대책을 강구하고 자해사진, 자해하는 법을 전파하는 내용은 삭제되거나 경고문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일이 있을 때 조기에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적 기구에서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조직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SNS 캡처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속적인 자해 행동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고등학생 딸을 둔 한 학부모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이 학부모는 딸이 손톱으로 손등을 긁는 등 초기 자해행동을 하다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수위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딸의 자해 행위가 심각해진것과 관련해 “수위가 강한 사진들이 경쟁적으로 올라오는 SNS 환경에 자꾸 노출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평소 불안이 있는 아이들은 본인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 친구가 한 걸 보면 금방 따라 하게 된다”며 “특히 SNS에서 관련 영상을 보면 자해에 대한 충동을 느끼고, 더 심하게 해서 친구들에게 관심받고 싶은 충동도 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정운선 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방송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해 행위를 SNS에 올리는 현상에 대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관심 받기를 좋아한다. 지금의 SNS 문화는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을 더 좋은 게시물로 여기게끔 만들어놨다”며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아이들한테는 뭔가 충족되는 게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면 ‘더 용기 있다, 더 멋지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문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 교수는 10대들의 ‘자해 인증’ 현상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자기가 달아오르고 힘들어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쓴다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공부만 한 애들. 아니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 애들은 자기 자신을 처벌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런 자해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조절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늘려 가면 즐겁게 가지 않을까”라며 학부모를 향해 “아이가 스스로를 해친다는 걸 알면 부모님들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교사 박모(27)씨는 학교 학생 중 습관처럼 자해를 하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손목에는 늘 칼자국이 남아있었고, 학생은 상처를 가리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A학생 팔목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걸 본 박 교사가 걱정을 하며 묻자, 못 본 척 해주면 안 되겠냐는 답을 들었다. 이에 박 교사는 자해를 하는 학생들은 “보여주고 싶어하면서도 가리고 싶어한다.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대놓고 티를 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자해를 하는 학생들의 결핍된 요소를 채워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지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