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깡패’ 하워드, 왜 슈퍼맨 아닌 저니맨이 됐나

입력 2018-07-25 05:02
워싱턴 위저즈로 이적한 드와이트 하워드가 24일(한국시간) 입단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AP뉴시스

드와이트 하워드(워싱턴 위저즈)는 한때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센터로 군림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2008년 NBA 올스타전에서는 ‘슈퍼맨’ 복장을 하고 덩크슛 콘테스트에 출전해 큰 인기를 끌었다. 211㎝의 큰 키에 근육질 체격을 가진 하워드는 어깨가 넓다는 이유로 한국 팬들로부터 ‘어깨 깡패’라는 별명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유니폼을 벌써 여섯 번이나 갈아입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제 그를 ‘저니맨(Journeyman·떠돌이)’이라 부른다. 하워드는 어쩌다 슈퍼맨이 아닌 저니맨이 된 것일까.

하워드는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됐다. 이후 2012년까지 8시즌 동안 올랜도 유니폼을 입고 NBA 코트를 누볐다. 하워드는 뛰어난 수비력과 골밑 지배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2009~2011년 세 시즌 연속 올해의 수비수상을 받았고, 2008-2009시즌 올랜도의 파이널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2006년에는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미국 국가대표로 방한해 한국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미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LA 레이커스 시절 드와이트 하워드(오른쪽)와 코비 브라이언트. 신화뉴시스

하워드의 저니맨 생활은 2012-2013 시즌 LA 레이커스로 팀을 옮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레이커스는 하워드와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파우 가솔 등이 뭉친 슈퍼스타 라인업을 구축했다. 하지만 ‘판타스틱4’라 불리던 이들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하워드는 한 시즌 만에 휴스턴 로키츠로 또 한 번 팀을 옮기게 됐다.

휴스턴에서 세 시즌을 소화한 하워드는 2016년 애틀랜타 호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6월에는 샬럿 호네츠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샬럿이 리빌딩에 돌입하면서 브루클린 네츠로 트레이드됐다.

하워드는 트레이드 직후 브루클린과 바이아웃 합의 절차에 돌입했다. NBA에서 바이아웃은 선수가 소속 구단과의 합의를 통해 잔여 계약을 해지하고, 방출 수순을 밟을 수 있는 절차다. 하워드의 새 행선지는 워싱턴 위저즈로 결정됐다. 하워드는 계약기간 2년에 최대 1100만 달러(약 125억원)를 받는 조건에 워싱턴과 계약을 맺었다.

워싱턴 위저즈 유니폼을 든 드와이트 하워드. AP뉴시스

하워드의 NBA 커리어 기록을 살펴보면 저니맨 생활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14시즌 동안 평균 17.4점 12.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여전히 골밑 지배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스몰볼’이 대세로 떠오른 현 NBA는 센터도 외곽슛 능력을 갖춰야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 정통 센터의 유형인 하워드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워드는 커리어 통산 단 6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페인트 존에서는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지만 외곽으로 나갈수록 위력이 떨어진다.

초년병 시절부터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하워드는 공격 1옵션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빠른 공격 전환과 더불어 외곽슛 위주의 농구가 펼쳐지는 NBA에서 하워드를 중심으로 한 전술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령탑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지난 14시즌 동안 NBA 파이널 우승 경험이 없는 것도 하워드의 저니맨 생활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워드는 24일(한국시간) 워싱턴 입단 기자회견에서 “향후 NBA에서 8시즌을 더 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 커리어를 이곳(워싱턴)에서 끝내고 싶다”며 “워싱턴에서 우승도 하고 은퇴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소속팀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엔 하워드가 지긋지긋한 저니맨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까. 하워드는 워싱턴에서 첫 우승 반지를 끼는 꿈을 꾸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