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속 12시간 근무 실습생 사망… 화물선 선장 집행유예

입력 2018-07-24 17:10 수정 2018-07-24 17:33
뉴시스

40도가 넘는 중동의 폭염 속에서 해양대 실습생에게 하루 12시간씩 화물선 청소 작업을 시키다 사망에 이르게 한 60대 선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박재성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1만2044t급 액체 화학제품 운반선 선장 이모(62)씨에게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중동 카타르 메이사드 항구에 정박 중인 배에서 목포해양대 3학년 실습생 장모(23)씨에게 하루 12시간 씩 청소일을 시키다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선내 에어컨이 고장나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화물선 내 탱크 청소 작업 등을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선원법은 실습선원의 업무 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12시간씩 근무를 시킨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장씨는 해양대 졸업을 위해 1년간 대학실습선과 외항선을 타고 현장경험을 쌓아야 하는 처지여서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이씨는 피해자가 숨지기 며칠 전 1등항해사로부터 “선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취약한 환경에서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초과하는 업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며 “실습생인 피해자가 스스로 과중한 업무를 지원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선장으로서 선박 내 모든 사건·사고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며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게을리 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