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정보기관 수장 6명의 기밀취급 권한 폐지를 검토하는 방침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취급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최근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를 “반역적”이라고 비판했다. 코미 전 국장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지난해 5월 해고됐으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해야한다고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었다. 언급된 6명은 모두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기밀취급 권한이란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전직 정보기관 수장들의 경우에는 현직 당국자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업체에서 자문을 맡을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기밀취급 권한을 정치화했다고 보고 있다”며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사가 ‘반역적 활동’을 언급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헤이든 전 국장은 “나는 기밀정보를 보고 받을 일이 없다”며 “권한이 박탈되더라도 내 의견을 밝히는 데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클레퍼 전 국장은 이 방침을 “권력의 남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에 대한 매우 옹졸한 방식의 보복이다”고 CNN에 밝혔다.
외신들도 이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NYT는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인물들을 대통령이 가진 힘을 이용해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백악관의 발표는 어이없는 실수이자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