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계 독일인 축구 선수 메수트 외질이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입장문을 공개하고 독일 축구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은 “라인하드 그린델 독일축구협회(DFB) 회장과 그 지지들 눈에 나는 팀이 이기면 독일인이었지만 지면 이민자였다”며 “최근에 벌어진 일들을 무거운 심정으로 돌아보면서 인종차별과 무례함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더는 독일 대표팀을 위해 뛸 수 없다”고 말했다.
외질의 은퇴 발표에 대한 독일 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독일축구협회는 즉각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인종 차별과 연계됐다는 사실은 강력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외질은 터키에서 넘어오는 너무 많은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지 못했다는 통합 실패의 전형적 사례”라며 책임을 외질에게 돌렸다. 독일 프로축구 리그 분데스리가 명문팀인 바이에른 뮌헨 회장 울리 회네스는 트위터에 “첩자가 (국가 대표를) 끝내서 기쁘다”라며 “몇 년 동안 쓰레기 같은 플레이를 해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월드컵에서 탈락한 것은 외질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 사진 찍은 것과 상관이 없다”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내 이민자 사회 전반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카타리나 발리 독일 법무장관은 “외질같은 훌륭한 선수가 인종주의 때문에 자신의 국가가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은 비상 신호”라고 말했다. 쳄 외츠데미어 전 녹색당 대표도 “젊은 터키계 독일인들이 국가적인 힘의 영역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터키 정부 관계자들도 독일에 날서린 말들을 쏟아냈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트위터에 “(외질에 대한)관용과 다문화주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썼다. 압둘하밋 굴 터키 법무부 장관도 “독일 축구대표팀을 떠남으로써 파시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가장 아름다운 골을 성공시킨 메수트 외질을 축하한다”고 썼다. 터키 친정부 언론 스타 뉴스는 “외질이 독일 신나치를 패배시켰다”고 자극적으로 논평했다.
외질은 지난 5월 런던의 한 행사장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비난에 시달려왔다. 독일과 터키가 정치적으로 악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었다. 독일은 2016년 이후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 질서를 해친다며 비판해왔다. 지난해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TV연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당신은 지금 나치 수법을 쓰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독일 대표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하자 외질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축구대표팀 단장과 그렌델 축구협회장 등이 패배의 원인을 외질에게 돌렸다. 외질은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폐막한지 열흘도 못돼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