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보수… 노회찬 빈소 안팎의 한 풍경

입력 2018-07-24 15:30 수정 2018-07-24 17:23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조문한 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진보의 별’에게 야속한 작별인사를 건네는 영전 앞에서 보수도 눈물을 흘렸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한때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주고받았고, 때로는 머리를 맞대고 마주앉아 정책을 논의했던 보수 야당의 정계 인사들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 원내대표의 빈소를 같은 당 지상욱 의원과 함께 찾았다. 굳은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가 노 원내대표의 영전에 술잔을 채워 올리고 헌화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유족과 정의당원들을 위로했다.

유 전 대표와 노 원내대표는 이념도, 당적도 달랐다.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원회로 활동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보다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적은 보수·진보 정당의 수장으로서 감시자와 견제자 역할을 해낸 공통점을 가졌다.

유 전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만난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상임위를 함께 하지 않았지만 늘 마음에 두고 좋은 관계를 맺었다”며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편안하게 영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조문한 뒤 유족 노회건(노 원내대표 동생)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오른쪽)와 지상욱 의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개그맨 김구라(왼쪽)가 박 교수와 동행했다. 뉴시스

노 원내대표에겐 ‘정적’과 같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빈소를 찾았다. 김현아 의원은 이날 어두운 표정으로 영전에 헌화하고 조용히 빈소를 떠났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 전 빈소를 조문했다.

보수 정당의 일부 당직자·지지자들이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잔치국수로 조롱하기도 했지만, 동료 의원과 정계 인사들은 차분하게 고인을 추모해 ‘보수의 품격’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다.

정당 활동보다 교육자와 ‘보수 논객’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전날 빈소를 찾았다. 박 교수에게 노 원내대표는 종합편성채널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서 같은 주제를 다른 생각으로 풀어내는 테이블 맞은편의 ‘진보 논객’이었다.

노 원내대표는 유시민 작가의 하차로 지난 5일 방송부터 출연했다. 박 교수와 노 원내대표의 대담은 단 세 차례 방송을 탔다. 남은 녹화분이 방송되면 두 논객의 설전은 끝난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개그맨 김구라는 박 교수와 동행해 고인을 애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