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뢰 제거를 소홀히 해 사망한 노동자 유족에게 국가가 3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는 지뢰 매설지역 공사 노동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원 철원군은 2015년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에 인접한 구간의 도로 개선 사업을 발주했다. 이 지역 군부대는 철원군 요청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11월 초까지 공사 지역 내 미확인지뢰 지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29일과 30일 오전 사토장(퍼낸 흙을 버리는 곳)에서 대전차지뢰와 대인지뢰 등 3점이 발견됐다. 군부대는 발견된 지뢰를 회수했지만 철원군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씨는 사토장에서 지뢰가 나온 그날 오후 덤프트럭으로 사토장 주변을 지나다 매립된 사토에 섞여 있던 대전차지뢰를 트럭 앞바퀴로 밟았다. 지뢰가 터지며 A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국가는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뢰 탐지기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지면에서 50cm 깊이에 있는 지뢰만 탐지할 수 있다”며 “A씨가 밟은 지뢰는 지면에서 7∼8m에서 채굴한 흙 속에 있었던 것이므로 국가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고는 지뢰 위험지대에 묻혀 있던 지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반출돼 발생한 사고”라며 “지뢰제거 작업은 군부대가 전담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이고 고유한 업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가 밟은 지뢰가 국가의 주장처럼 지면에서 50cm를 넘는 깊이에서 채굴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군부대는 사고 전날과 당일 오전 지뢰가 발견돼 수거해 갔는데도 추가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았고, 사람이나 차량의 출입도 제지하지 않았다”며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 역시 사토장에 추가 지뢰가 있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국가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박지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