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베일이 떠나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신해 레알 마드리드의 명운을 짊어지게 됐다. 프리킥과 페널티킥 역시 전담 키커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상이던 호날두의 이적이 베일에겐 1인자로 올라 설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레알은 최근 네이마르를 비롯해 킬리안 음바페와 해리 케인, 에당 아자르 등 여러 거물급 선수들과 잇따라 이적설에 휘말렸으나 모두 무산됐다. 레알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베일에게 팀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
베일은 2013년 여름 토트넘을 떠나 당시 역대 2위의 이적료인 8600만 파운드(약 1230억 원)의 몸값을 기록하며 레알의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시기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입단했던 브라질의 스타 네이마르와도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베일의 데뷔 첫 시즌은 환상적이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의 열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그의 인생골이 나왔던 2014년 4월 스페인 국왕컵 결승전은 아직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당시 하프라인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치고 올라간 베일은 상대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제압하며 결승골을 기록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빠른 스피드의 ‘치달(치고 달리기)’을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 시켜줬던 순간이었다.
환상적인 한 해를 보냈던 이 웨일스 스타에게 영원한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베일은 계속해서 이적설에 휘말려왔다. 마드리드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이스코와의 경쟁과 크고 작은 몇 차례 부상 등으로 팀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일이 아직까지 스페인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한몫 했다.
BBC(베일-벤제마-호날두)로 대표되는 레알의 공격라인은 대부분 호날두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왔다. 벤제마는 갈수록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였고 베일은 걸출한 기량을 갖고 있지만 잦은 근육 부상에 시달려왔다.
결국 지네딘 지단 감독의 로테이션 체제에서 점차 입지를 잃어가며 제한된 롤만 부여받은 베일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새로운 팀을 물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단과 호날두, 전설적인 두 명의 위인들이 모두 팀을 떠나갔다.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인한 근육 증가로 기존의 장기였던 스피드와 민첩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도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베일의 스피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빠른 속도로 한방을 노리는 측면 역습이 강점인 레알에서 베일은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다.
현재 레알에서 득점을 책임질 자원은 크게 베일과 벤제마만 남았다. 이스코와 루카스 바스케스, 마르코 아센시오 등은 2선과 측면을 오가며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뿐, 득점에 집중한 스타일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베일은 매 시즌 50골 이상을 득점하며 레알에 머문 9년 동안 438경기 451골을 기록한 호날두의 빈자리를 최소화하는 무거운 임무를 떠안게 됐다. 베일이 과연 자신의 우상을 따라 팀의 넘버원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혹은 스타선수 영입을 노리는 레알의 다음 이적시장 희생자가 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