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근조화환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로 보냈다. 빈소를 방문할 수 없었지만 23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슴이 아프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의 조화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 원내대표의 영전 바로 옆에 놓였다. ‘대통령 문재인’. 조화에 적힌 이 심심한 문구는 당적이 달랐지만 군부독재에 저항했고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했으며 국정농단 사건 때 군중 속에서 정권에 맞서 싸웠던 한 시절의 정치적 동지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였다.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1980년대, 노 원내대표는 노동운동을 위해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장에 위장 취업한 용접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민주당, 노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을 거쳐 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 원내대표를 특별히 언급하며 “당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같은 시대에 정치하면서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진보적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한국 진보정치를 이끌면서 우리 정치의 폭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삭막한 우리 정치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인 면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유서가 담긴 정장 겉옷을 발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