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들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불과 하루 전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노 원내대표로부터 힘든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고 이들은 기억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6시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40여분 동안 빈소에 머물렀다.
이들과 노 원내대표는 북핵·통상 문제와 관련한 초당적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3박5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귀국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튿날인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노동운동 동지로서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에서 최선을 다한 고인의 모습을 우리 모두 잊을 수 없다”며 “사흘 동안 미국에서 18개 일정을 소화한 뒤 안도감을 갖고 이별주를 했다. 노회찬·홍영표 원내대표와 나는 노동운동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보를 듣고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노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심경을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우리 모두 의원 동료다. 고인의 삶을 볼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장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가 워낙 성실하게, 전혀 그런(힘든) 내색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방미 일정에 임했다. 우리가 귀국하는 순간까지 다른 느낌을 갖지 못했다”며 “고인이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진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이었다. 공동 교섭단체 입장에서 고인의 빈자리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을 합쳐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만들었다. 장 원내대표은 교섭단체를 이끄는 공동 수장이던 노 원내대표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노 원내대표는 블로그 필명 ‘드루킹’을 사용해 포털 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원 김모씨의 측근이자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수수하고, 드루킹의 활동 단체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원 강의료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노 원내대표는 그동안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드루킹 특검 수사에 응할 계획을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정장 겉옷을 발견했다. 이 옷에서 신분증을 담은 지갑과 명함, 유서가 나왔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유서에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