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 5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의 여관에서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홧김에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방화범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이후에도 “원심 구형대로 선고 해달라”며 항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로 두 딸과 아내를 잃었다는 한 남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의자에게 사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청원자는 사고 당시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을 왔다가 참변을 당한 30대 어머니와 10대 딸 2명의 유가족으로 추정된다.
◆ “‘종로여관방화’ 사건 세 모녀 아빠입니다”
청원자는 해당 글에서 “2018년 1월20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난 ‘종로여관방화’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 피해자 중 세 모녀가 제 아내와 두 딸입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글로써 제 심정을 적기에 한없이 모자람을 알기에 여러 일 중 재판장에서 있었던 일부분만 적겠다”며 “아직도 재판 중에 있다. 그 방화범을 재판장에서 볼 때면 두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제발 사형 판결이 나길’ 바라며 재판을 방청하는 방법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며 답답한 가슴을 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그 방화범은 재판장에 반성문이란 걸 적어왔더라.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이야기가 있나? 그는 ‘나 또한 아들 결혼식 날까지 받아놓은 아버지다.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로서 말할 수 없는 큰 죄를 졌다’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글을 읽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인자가 어디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유가족들 앞에서 본인 아들 결혼식을 이야기하는가? 내 삶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방화범이 반성문을 읽는데 내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가끔은 ‘나까지 죽으면 세상이 이 억울함을 알아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며 “재판장에선 가해자가 반성문이란 걸 적어오면 읽을 기회를 준다. 하지만 피해자의 심정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은 없다”면서 청원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화범은 ‘소주를 마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한 남자의 삐뚤어진 욕정에 7명이라는 무고한 목숨이 희생을 당했다. 이런 가해자에게 내려진 무기징역이라는 선고를 보며 어이없는 심경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7명이란 사망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정중한 사과, 그리고 사형으로써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 사형이란 벌을 내려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 청원을 올린다”고 글을 맺었다.
◆ “종로 여관 방화 피의자, 성매매 요구하다 거절당해 범행”
종로 여관 방화 피의자인 유모(53)씨는 지난 1월20일 오전 3시8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 5가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죽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주에게 앙심을 품은 유씨는 근처 주유소에서 산 휘발유 10ℓ를 여관 1층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여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숨진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 온 30대 어머니와 10대 딸 2명이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4월 1심에서 “욕정을 채우지 못한 피고인이 분풀이를 위해서 치밀하게 방화 계획을 세우고 불특정 다수가 숙박하는 여관에 불을 지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생전에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고려한다면 죄책에 상응하는 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유씨 측은 “원심 구형대로 선고를 해달라”며 항소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양형부당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했고, 새로운 증거 제출 등 없이 양형 판단만 다시 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바로 결심 절차를 밟았다. 이에 지난 7월12일 유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범행이 너무나 중대하고 큰 결과를 야기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확정적 의사를 가진 게 아닌 소주를 마셔 정상적 판단이 안 되는 상황에서의 범행이었고 곧바로 112 신고를 했다”면서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씨 역시 눈물을 흘리며 “나로 인해 가족을 잃은 상심과 고통 속에서 지내실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많이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말 잘못했다”고 말했다. 유씨에 대한 2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 9일에 열릴 예정이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