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와 노사 간 갈등으로 나란히 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하계휴가 전 도출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19차 교섭 끝에 ‘2018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동의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250% + 28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오는 26일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만 통과되면 내년도 임금이 확정된다.
현대차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게 된 배경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폭탄 가능성, 중국시장 회복 둔화 등 악화되는 수출 환경에 따른 위기감 고조에 노사 모두 적극 공감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상 장기화로 인한 노사 간 대립 등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위기극복에 중점을 둔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임금 협상이 26일 최종 확정돼 노사 갈등 리스크가 해소되면 현대차는 ‘내수 부진’ ‘미국 자동차 관세폭탄’ ‘중국 시장 회복 지연’ 등 그룹 안팎의 위기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아직 임금협상을 합의하지 못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지난 19일 5년 연속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α ▲자기계발비 인상 ▲저임금 조합원 임금 조정 및 연차별 임금격차 조정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기본급 동결 및 임금 20% 반납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며,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3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노조 파업으로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파업 참가자들이 생산부서 당직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다”며 “각종 불법행위는 시시비비를 가려 가해자 전원을 인사 조치하고 생산손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노조는 “사측 보안대가 농성장 주변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등 파업 참가자를 먼저 자극했다”며 “몸싸움 과정에서 노조 간부 역시 다쳤다. 서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 132억 달러 중 상반기 60억불 수주를 달성해 목표치의 절반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거뒀다. 장기간 침체에 빠진 조선업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 간의 원만한 합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