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감투싸움 이어 노골적 민원질의로 자질 논란 불거져

입력 2018-07-23 14:52 수정 2018-07-23 14:59
“시장 관사 공인중개사 수수료를 놓친 게 한스럽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 공실이 늘고 있다. 우리 사무실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시의회가 의장단‧상임위원장단 구성을 둘러싼 ‘감투싸움’에 이어 의원들의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물렸거나 민원성 질의로 눈총을 샀기 때문이다.

23일 시의회에 따르면 행정자치위 김모 의원은 지난 19일 자치행정국 업무보고에서 이용섭 시장 관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먼저 “이용섭 시장이 3억2000만원에 관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부동산 수수료는 얼마였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제가 공인중개사입니다만 얼른 계산이 안된다”며 자신의 본업을 은근슬쩍 공개했다.

김의원은 황 모 자치행정국장이 “중개수수료는 0.4%로 부가세 포함 148만원이 지출됐다”고 답변하자 “이것을 놓친 게 한스럽다”고 농담조 하소연을 했다.

그는 이어 “3억2000만원이면 부담스런 금액도 아닌데 관사를 철회, 포기해야되는 상황이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회귀와 예산낭비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관사 계약을 백지화한 이 시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동료의원들과 방청객들은 겸연쩍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청내방송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공무원들은 혀를 끌끌 찼다.

정작 이 시장 본인은 “시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며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고 소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이 시장은 고해성사를 하는 자세로 4년 만의 관사부활에 대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앞서 18일에도 시의회 의장단에 속한 이 모 의원이 노골적 질의를 진행해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감사위원회 업무보고 도중 “시 공유 재산 임대료가 너무 비싸 공실이 늘고 있다”며 “우리 사무실도 예외가 아니다”고 ‘함량미달’의 질의를 했다.

시 소유 공유건물 1층에 위탁 카페와 개인회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이어 ‘좀 더 부드러운 행정’을 펴달라고 민원인이나 다름없는 주문을 했다.

공실을 막기 위해 자신의 카페와 사무실을 포함한 시 소유 공유건물의 임대료를 낮춰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이 의원은 윤영렬 감사위원장이 “낮게 부과된 임대료 등을 정상으로 부과토록 하는 것이 감사위의 역할”이라고 원칙적 답변을 하자 “당황스럽다”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방청객들은 “다른 자치단체 현황을 근거로 비교하고 분석해 질의했다면 모를까 본인의 이해관계에만 얽혀 아무 근거도 임대료 타령을 한게 아니냐”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청객들은 더 나아가 이제 첫발을 내디딘 8대 시의원들이 시민을 대변하기보다는 개인의 이익에만 벌써부터 함몰된다면 시의회의 앞날이 암울하다며 실망스럽다는 분위기였다.

지난 9일 개원해 270회 임시회를 가진 8대 광주시의회는 개회하자마자 상임위원장 배정을 둘러싼 주류측과 비주류 측의 편가르기 등 극심한 갈등으로 수차례 파행을 겪었다.

전체 23명 중 22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13일 막판 협상을 갖고 주류 측이 비주류 측에 산업건설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3자리를 양보하기로 하면서 극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시의회 개원 직후 때마다 되풀이된 다수파의 집행부 독식 등의 구태가 재연된 것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더불어민주당이 독점한 8대 광주시의회가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4년간 이런 의원들에게 무슨 기대를 가질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