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회찬 자필 유서 맞아”… 의혹 없어 부검 않기로

입력 2018-07-23 14:41
이하 뉴시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사망한 가운데 유족과 경찰이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3일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 데다가 사망 경위에 의혹이 없어 부검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 원내대표의 유서가 자필로 작성된 것이 맞다”면서 내용은 유족의 요구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 중구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노 원내대표가 아파트 현관 쪽에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노 원내대표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17층~18층 계단참에서 노 원내대표의 외투, 지갑, 신분증, 정의당 명함, 유서 등이 발견됐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 금전을 받은 적은 있으나 청탁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내대표 친동생의 친구인 임모(59)씨는 이 아파트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달 마지막으로 한번 뵈었는데 (드루킹 사건 관련해) 전혀 낌새가 없었다”며 “형수(노 원내대표 부인)와 통화를 했는데, 귀국 후 (노 원내대표가) 집에 들렀다가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한 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는 3박5일 간의 미국 순방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으로부터 50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 목적으로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부인한 바 있다.

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을 덮개로 가리고 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정치권은 슬픔에 잠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노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라고 평가한 뒤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이다”라고 했다.

자유한국당도 논평을 내고 “확고한 정치철학과 소신으로 진보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던 노 의원의 충격적인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바른미래당 또한 “노 원내대표는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의 강고한 벽에 온몸을 던져 항거했던 대한민국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증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면서 “노 원내대표, 편히 쉬시길 빌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오후 3시쯤 긴급회의를 갖고 이후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자세한 사항은 저희도 파악 중”이라며 “고인과 관련된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가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