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왕’ 노회찬 어록 6… “불판 갈아야 한다”

입력 2018-07-23 13:33

23일 오전 9시 38분쯤 노회찬(61) 정의당 원내대표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경비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노 의원의 외투와 신분증, 정의당 명함, 유서가 담긴 지갑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노 의원은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언어 유희왕’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며 촌철살인 어록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노르가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50년 된 불판 갈아야 한다”
이른바 ‘불판 갈이’로 알려진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말은 2003년 막걸리를 마시던 노 의원과 그의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면서 다시 한 번 이 말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그는 “정치 불판을 갈겠다”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부정부패의 사슬들을 정치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뜯어고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쌓여가지만 야당 역시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 정치의 판갈이를 주장했다.

◇ “그걸 네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민중의 적’”
지난해 자유한국당 반대로 아동수당 지급이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것과, 소득기준 90% 이하에게만 지급하게 된 것을 빌어 “반대할 명분이 없다”면서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들이 고통을 더 받아라’ 이런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또 “이걸 보통 네 자로 뭐라고 하는 줄 아냐”라고 질문하며 “민중의 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대장균에 속은 냉면집 주인?
지난해 7월 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의혹 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체 결론 내린 국민의당을 향해 “냉면집 주인이 대장균에 속았다 말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 문 대통령 ‘스킨십’에 당황한 여당 의원들 향해 “에프킬라 발견한 모기”
노 의원은 지난해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전 환담에 불참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악수를 한 풍경을 “공세적 스킨십”이라고 평가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 후 맨 뒷자리에 앉은 야당의원들을 찾아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재치있게 묘사했다. 그는 당황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야당의원들은 아마 지금 에프킬라를 발견한 모기들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 ‘야권 연대’ 비판하자… 여당을 ‘외계인’에 비유
그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SBS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정옥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야권연대’를 두고 비판을 이어가자 노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비유해 웃음을 자아냈다.

◇ ‘정치 보복’ 묻자… “청소는 먼지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올해 1월 JTBC ‘소셜라이브’ 인터뷰 중에는 ‘정치 보복’에 대한 의견을 남다른 비유로 전달했다. 그는 “적폐 청산이 아닌 정치 보복 아니냐”는 물음에 “청소를 하는 것은 그냥 청소를 하는 것이지. 이걸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적폐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엎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