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오전 6시45분 현재 강릉 최저기온이 31.0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1907년 기상 관측 집계가 시작된 이후 111년 만에 최저기온의 최고기록이 경신됐다. 지난 11일 시작돼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은 앞으로 열흘 넘게 더 계속될 전망된다.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7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은 것은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다. 이날 강릉에서 31.0도, 2013년에도 강릉에서 30.9도를 찍으며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때에도 30도를 넘어서는 무더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최저기온도 111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오전 9시 기준 29.2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이전 기록은 1994년 8월 15일 28.8도, 2014년 8월 2일 28.7도, 1994년 7월 29일 28.7도 순이었다. 22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8도까지 오르며 7월 기준 94년 이후 24년만에 38도를 넘겼다.
폭염 일수도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94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7월 중 전국 45개 지점 평균 폭염 일수는 94년 18.3일이 가장 길었다. 2008년 7.1일이 뒤를 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13일째를 맞고 있다. 45개 지점 평균으로 계산하면 13일보다는 수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2008년 7.1일보다는 긴 기간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30년 간 주요 도시의 폭염 일수(전국 45개 지점 평균)를 보면 94년 31.1일이 가장 길었다. 2016년 22.4일, 2013년 18.5일, 90년 17.2일, 96년 16.8일 순이다. 이 기록 또한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고온 현상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이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3가지다. ① 당분간 기압계에 큰 변화가 없어서 기온 상승 경향이 유지될 것이고 ② 대기 하층의 수증기와 열이 축적되고 ③ 안정한 기단 내에서 비가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 이어지면서 무더위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장마가 짧았던 것도 폭염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남부지방은 지난 9일, 중부지방은 11일에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일찍 시작됐다. 중위도의 기압계 흐름이 매우 느려 뜨거워진 공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태풍도 폭염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10호 태풍 암필이 대만 북동부 해상으 경유해 중국 상해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태풍에 동반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됐다. 습도까지 증가되면서 열대야 발생 지역이 늘었고, 열대야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야는 저녁 6시 이후에도 수은주가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재난은 태풍·홍수·지진 등만 포함돼 있다. 폭염과 혹한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외됐다. 다만 국회에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시키는데 찬성한다는 의견을 낼 방침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