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적폐를 다루는 법… ‘2단계’ 공식있다

입력 2018-07-23 09:45

청와대가 집권 초 사무실 ‘캐비닛 문건’에 이어 이번에도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각각의 문건을 별도 수사팀이 수사하는 것도 판박이다. 대국민 발표로 사안의 엄중함을 알린 뒤 독립적인 수사로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수사지침·여론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선 20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가운데 새롭게 입수한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주요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어제(19일) 청와대로 문건이 와 문재인 대통령이 봤고, 저에게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박근혜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발견됐을 때도 언론 발표를 먼저 한 뒤 특검에 인계했다. 세월호 대응 문건 등 일부 문건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공개했다. 특검은 관련 내용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문건들은 국정농단 피의자들 수사와 공판에 활용됐다.

계엄령 문건 역시 청와대가 먼저 이슈를 제기한 뒤 구체적인 물증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0일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하면서 청와대 대응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관련 문건·보고를 모두 청와대에 제출토록 했다. 이어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잇단 언론 발표로 이슈를 만들어낸 뒤 수사 당위성을 강조하는 형식인 셈이다.

계엄령 문건 수사를 군 검찰이 아닌 특별수사단이 담당한 것도 특검 체제와 유사하다. 수사 당국의 온정적 수사 및 유착 가능성을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엄중한 인식을 드러내면서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사법적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실행 여부가 불분명한 문건 내용을 공개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추후 관련 문건들이 청와대에 보고되더라도 매번 공개할 만한 사안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