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동안 외모, 내 장점이자 단점… 더 채워야죠” [인터뷰]

입력 2018-07-22 23:00 수정 2018-07-22 23:01
영화 '마녀' 주연배우 최우식.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귀공자(최우식)의 등장은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디션을 보러 가는 천진한 자윤(김다미) 앞에 나타난 오묘한 표정의 사나이. 그의 알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 보는 이를 서서히 긴장시킨다.

그 순간, 최우식(28)이 보여준 새로움이란 꽤나 강렬한 것이었다. 소년처럼 말간 그의 얼굴에 슬며시 비열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 관객은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란 예상을 하게 된다. 자칫 전형적일 수도 있었던 악역 캐릭터가 최우식이란 배우로 인해 입체감을 얻은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우식은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연기여서 나 스스로도 굉장히 신선했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들에 실제 제 모습이 조금씩 들어있는 것 같아요. 가끔은 그런 비열한 얼굴도 있겠죠(웃음).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죠.”

영화 '마녀'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마녀’는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탄생한 초능력자들이 펼치는 액션물.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예 김다미가 원톱 주인공을 맡았다. 최우식은 “신인 여배우를 캐스팅했기 때문에 상대배우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을 텐데 내가 발탁돼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럴수록 더욱 ‘좋은 카드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먼저 자신만의 전사(前史)를 탄탄히 그려나갔다. “저는 악역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지 않았어요. 자윤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가족과 친구를 만들지만, 귀공자는 연구실에서 태어나 쭉 그렇게 살아온 거잖아요. 너무나 불쌍했고, 관객들 또한 그렇게 여겨주시길 바랐어요.”

고강도 액션도 소화해야 했다. “0에서 시작했다”는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 매일 4~5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엄청난 노력과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액션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촬영할 땐 되게 좋았어요. 와이어 타고 날아다니고 염력도 쓰고(웃음). 제가 원래 히어로물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흔히 말하는 ‘센 인상’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최우식은 매 작품마다 무던하게 역할에 녹아들곤 한다. 그는 “튀지 않는 외모와 튀지 않는 연기로 캐릭터를 녹여내는 것이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어떤 영화를 찍더라도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 편이다. 이 또한 내가 넘어야 할 도전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2010년 무렵부터 단역으로 활동한 최우식은 영화 ‘거인’(2014)으로 뜨겁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로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중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이 작품은, 그로 하여금 연기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사실 배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어요. ‘거인’이 터닝 포인트가 된 거죠. 그때부터 자신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운 좋게도 어마어마한 선배님들과 스태프, 감독님들과 작업을 하게 됐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너무 좋고 만족스럽습니다.”


‘거인’ 이후 그야말로 쉼 없이 작품을 찍었다. 매년 드라마 2~3편씩을 선보였고, 영화도 ‘부산행’(2016) ‘옥자’(2017) ‘궁합’(2018) 등에 줄줄이 출연했다. 스스로도 쉼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고. “스물한 살 때부터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했다”는 그는 “연기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저를 더 많이 채워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끔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요. 모든 일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으니까요. 근데 그걸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직업인 데다, 매번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죠.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좋은 배우 최우식의 모습이 나올 테니까요.”

최우식은 “지금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들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여행이나 캠핑을 많이 다닐 생각”이면서 “나의 최고 장점이자 단점이 동안이라는 점인데, 지금은 앳돼 보이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경험들이 묻어나는 얼굴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