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교실 CCTV’ 설치… ‘학생 보호’ vs ‘사생활·인권침해’

입력 2018-07-23 05: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발생한 강원도 태백의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과 끊이질 않는 학교폭력 사고들을 계기로 학교 교실 내에도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교실 안에서 왕따·폭력이 잦아지는가 하면 학생에 대한, 혹은 교사에 대한 성희롱, 욕설, 폭행 등의 문제가 빈발하면서 CCTV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인권침해,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왜 찬성하나… “교실은 학교 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서울 성동구에 살고 있는 학부모 A씨는 교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내 아이가 학교에서 학대를 받았는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CCTV 설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나쁠 게 없다. 최근 학생이나 학부모, 외부인들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교권침해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CCTV를 설치하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행동을 조심하게 될 것이며 폭력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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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학교 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가 교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적이 드문 곳이나 은밀한 곳에서 학교 폭력이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역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보는 눈이 많고 개방된 교실에서도 학교폭력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내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손이 떨리고 무섭다. 선생님이 없는 쉬는 시간에도 교실 내 CCTV가 감시의 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 대부분의 학부모들 역시 대수롭지 않은 일로 CCTV를 보여달라고 하진 않는다. 정말 심각한 일이 발생했을 때 증거자료로 확보할 수 있게 교실 내 CCTV 설치를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몇 년 전에도 제기된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범죄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는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국형사정책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조사 학생 30% 이상이 교실 내 범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 설치 목적이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 왜 반대하나… “사생활,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 제한”

반면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교실 내 CCTV 설치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CCTV 설치와 관련된 이슈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교실 내 CCTV 설치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며 “나는 육아휴직하기 전까지 담임으로 가르쳤던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다. 2~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 전부를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그러나 이런 나도 CCTV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직을 고려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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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직장에서 상사가 사무실 내 CCTV와 내 컴퓨터 모니터를 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 가정에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시누이 등이 홈 CCTV로 우리 집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겠나?”라며 “어린이집 같은 경우에는 CCTV 설치 의무화가 됐는데도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처음에 카메라가 설치됐을 때는 신경이 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하던 대로 하게 돼 있다. CCTV를 설치한들 갈등만 더 심화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를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감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교사도 하나의 직업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CCTV 설치가 아닌 조금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다. 문제를 일으킨 교사를 퇴출시키는 방법이라던가, 교사 당 아이 수를 줄이는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민감한 시기에 이런 말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국가인권위 역시 이미 지난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교실 내 CCTV 설치가 확대되자 서울시교육청이 인권침해 여부를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인권위는 “교실 내 CCTV 설치행위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CCTV로 인해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행동이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해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교실 내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학생들이 체육복 등을 갈아입는 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대중에 유출될 우려도 있고, 교사들 역시 표현의 자유와 자주성을 침해받을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에선 어떨까?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찬반 논란은 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에서는 2003년 맨체스터에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교실 내 CCTV 설치를 추진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런던 북부 외곽 체스헌트에 있는 세인트메리 고교의 스테파니 벤보우 교장은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에 한해 교장이나 담당 교사에게만 영상을 공개한다”며 “사생활 침해의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결정이 폭력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사생활, 학습·표현의 자유, 교원의 가르칠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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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교사들의 폭행 혹은 학생 간의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CCTV 설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초·중등학교에서 고등교육기관까지 총기 사건 등과 같은 유사한 흉악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CCTV를 설치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경우 학교 출입문, 식당, 운동장, 그리고 학교 복도 등과 같은 곳에 설치할 뿐 아직 교실 내에 설치는 대중화돼 있지 않다. CCTV에 의해 녹화된 영상은 학교장이 학교 안전에 의심이 갈 행위가 있었을 경우 재생해 볼 수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도 적법한 절차와 요청에 따라 열람이 가능하다.

반면 중국 초·중·고교 교실에서는 CCTV 감시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폭력, 따돌림의 대책으로 CCTV로 교내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 간 문제가 발생할 때 시시비비를 가리기 쉽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문제가 일어났을 당시 녹화 영상을 보면 원인과 경위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CCTV를 설치한 학교 측과 학부모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산시성의 한 공립 중학교 교감은 “지금까진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했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