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오늘부터 에어컨 없는 ‘옥탑방 살이’… #세금 낭비 #퍼포먼스 #대환영

입력 2018-07-22 16:44 수정 2018-07-22 19:02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7기 취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한 단독주택 2층 옥탑방에 입주한다. 박 시장은 한 달간 서울시청에서 업무를 마친 후 이곳으로 퇴근할 계획이다. 서민의 삶을 체험하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네티즌은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시각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낼 옥탑방은 우이신설선 솔샘역 인근 단독·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길 사이에 있다. 방 2개·화장실 1개로 이뤄져 있으며 방은 각각 침실과 집무실로 꾸며졌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수리했고, 인터넷을 새로 연결했다. 에어컨은 없다. 서울시 측은 “최대한 지역 주민의 삶을 가까이 느껴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에어컨 미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박 시장이 주민들과 면담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옥탑 마당에 설치된 나무 평상이다. 옥탑방이 있는 주택은 큰길에서부터 여러 좁은 골목을 지나야 올 수 있다. 박 시장은 관용차, 또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한 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옥탑방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이 발표된 뒤 일부 네티즌은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옥탑방은 입주 준비기간까지 합쳐 총 50일에 200만원으로 계약됐다.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된다. 보증금 500만원~1000만원, 월세 30만원~50만원 수준인 삼양동의 주택 월세 시세와 비교해 높은 가격이다. 한 달만 머무를 예정이기 때문에 보증금 없이 월세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한 달 살자고 월세 200만원에 수리비까지 들이다니. 그 돈도 서울시 예산이자 곧 세금”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는 “옥탑방이나 고시원 같은 곳에서 사는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열악한 환경보다 매달 돌아오는 월세”라며 “그런데 200만원을 들여 뭘 체험해 보겠다는 건지”라고 꼬집었다.

이하 트위터 캡처

또 “월세 200만원을 주고 우리 동네에 산다니. 오지 마라”라고 말한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이사 준비를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이 투입된 것 관련 “공무원들을 근무지 이탈시켜 일을 시키다니…”라고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살아봐야 서민들의 삶이 어떤지를 알 수 있냐”면서 “아무리 3선 시장이지만 서민의 삶이 어떤 것인지 까먹었나 보다”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어 “옥탑방에서 세금 200만원을 들여 한 달을 살아봐야 서민들의 삶이 어떤지를 알 수 있나 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 시장의 ‘옥탑방 살이’를 적극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장들도 본받을 만한 참신한 발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네티즌은 “시장이 언제 또 이런 체험을 하겠느냐. 비딱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님께서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의 현실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민의 삶은 3차원’이라는 말씀을 하신다”며 “똑같은 환경에서 직접 부딪히며 이 지역의 현안을 들여다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