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왜 南의 ‘실업률’ ‘고용증가율’ ‘청년 부채’를 상세히 보도했을까

입력 2018-07-22 16:39
2018년 7월 22일자 노동신문 기사.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2일 “남조선에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각계의 우려가 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남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을 향한 대내용 메시지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에 대한 심각한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언론에 의하면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원화가치는 2018년 초에 비해 4.5%나 떨어졌고, 최근 30억 달러 이상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혼란 상태에 빠지고, 수출이 줄어들어 남조선경제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실업률 및 고용증가율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악에 이르렀다”거나 “고용증가율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을 역대 최악이라고 하는 1997년 금융위기 때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등의 남측 언론의 분석도 보도했다. 또 남한 청년의 평균 부채와 쌀 값 인상률, ‘심각한’ 자살 문제 등도 언급했다.

특히 고용 및 실업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심혈을 기울여왔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노동신문의 이날 보도는 문재인정부의 가장 아픈 부분을 지적한 셈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에 대해 “그 누구가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 감히 입을 놀려냈다. 아전인수격의 생억지이자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서도 “운전자는커녕 조수 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를 통해 알고도 남을 너무나도 명백한 이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이례적인 ‘남한 경제 위기’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달라는 압박인 동시에 뚜렷한 경제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결속시키기 위한 대내용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개발 성과를 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랄 것이며, 최근 노동신문의 보도들도 대남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 또 진행 중인 각종 남북 경협 관련 협상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노동신문의 이같은 보도가 북한 주민을 위한 대내용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가시적인 경제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남한도 지금 어렵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고 추정한 발표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