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 호텔에서 열린 ‘치킨 자격증 시험’ 이벤트 행사장에 예고 없이 동물 복지 운동가들이 난입해 ‘닭을 먹지 말라’는 식의 기습 시위를 펼쳤다.
22일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렸다.
행사 시작 직후 7~8명 정도가 무대로 뛰어올라 준비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음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이야’ 등 배달의 민족 홍보 문구를 패러디한 피켓을 들고 “닭은 재미가 아니다. 닭도 생명이다” “치믈리에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소리쳤다. 또 “치킨을 먹어서는 안 된다” “닭은 먹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호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진실을 숨기고 ‘치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유희화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참여한 동물권 활동가 박모(30)씨는 “닭은 치킨이 되기 위해 품종이 개종되기도 한다”면서 “빨리 성장하도록 조작 당한 닭들은 비정상적인 신체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심장병마저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닭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닭들에게 얼마나 참담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은 치킨 마니아 500여명이 모여 필기와 실기 등을 통해 치킨 감별 능력을 겨루는 이벤트다.
배달의 민족은 “동물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행사장에 난입해 방해하고, 참가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닭과 국민 간식인 치킨을 문제 삼아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 점 역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에 행사 방해로 신고했다”면서 “시위자들은 호텔 측 안내를 받아 호텔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