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전 성남시장)가 ‘폭력조직 유착설’에 휩싸인 가운데 태국 파타야에서 벌어졌던 한국인 청년 살해사건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21일 파타야 사건 배후 조직과 이 지사의 관계를 조명하면서다. 이 지사와 배우 김부선씨의 스캔들 의혹을 적극 제기했던 공지영 작가도 이 청원 링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청원인은 22일 ‘살해당한 임동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임씨는 2015년 11월 파타야에 있는 고급 리조트 주차장에서 갈비뼈 7대와 앞니가 부러지는 등 참혹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났던 그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파타야에 갔다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 3명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 유력 용의자인 김형진씨는 28개월간의 도피 끝에 지난 4월 검거됐다. 그러나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데다가 관련 증거가 태국에 있어 검찰은 김씨에 대한 기소를 한시적으로 중지했다. 제작진은 김씨가 경기도 성남 최대 조직폭력집단인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한 파타야 살인사건과 지역 검경·정치인의 조폭 연루 의혹은 많은 이를 분노하게 했다”면서 “임씨의 살해 용의자에 대한 살인죄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성남 검경이 조폭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 △공범 윤모씨 국내 송환 후 진술 확보 △이 지사와 코마트레이드의 유착관계 조사 등을 요구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윤씨는 사건 당일 임씨와 함께 있었던 유력 용의자 중 한 명으로, 2015년 11월 21일 태국 경찰에 자수해 살인·마약판매 복용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다른 피의자 김모씨는 같은 해 12월 29일 베트남에서 국내 송환돼 사체유기혐의로 1년 복역 후 출소했다. 코마트레이드는 중국 전자제품의 국내 총판 계약을 맺는 기업이다. 대표 이준석씨 역시 국제마피아파 출신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을 역임하던 때 소셜미디어에 코마트레이드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지사가 구단주였던 성남FC는 코마트레이드와 후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마트레이드는 2016년 성남시 선정 중소기업인 장려상을 받았다. 이 지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7년 국제마피아 조직원 2명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이들은 당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지사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조폭인 걸 내가 어떻게 아냐. 관내 기업인 중 하나가 복지시설에 기부를 많이 하고 빚 탕감 운동에 동참하고 성남FC에 기부도 했다”며 “권장 차원에서 일반적 절차에 따라 우수기업에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제마피아파 출신 인물들을 변호한 것에 대해서는 “조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찾아와 선량한 시민인데 억울하게 잡혀있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이 사건을 수임했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