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무실에서 숨겨진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22일 “전날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USB가 숨겨진 정황을 포착, 수색 끝에 입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를 나오며 사용하던 컴퓨터의 파일을 백업(복사)해 갖고 나온 것은 인정했지만, 이 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업무수첩은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결론 내자 그 직후 이를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시 임 전 차장의 주장과 상반되는 USB가 발견됨으로써 검찰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당 USB 안에는 임 전 차장이 지난 2012년 8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실장으로 됐을 때부터 작성된 기획조정실 문건 대부분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파일이 만들어진 기간이 길고 자료가 방대한 점을 고려해 휴일에도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USB 안에 담긴 파일이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의 동향을 파악하고, 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 등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한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세세한 반박 입장을 내놓아 퇴임하면서 근무 시절 문건을 백업해 유출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검찰은 전날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법원행정처 기획1심의관 등 주요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