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지역 활성화 목적으로 사업비 565억원이 투입된 제주시 일도1동 탐라문화광장이 ‘골칫덩이’가 됐다. 술에 취해 행패 부리는 노숙인과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등장하는 성매매 호객행위 때문이다. 이를 근절하라는 시민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제주시는 딱히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탐라문화광장은 제주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지난해 3월 완공됐다. 그러나 처음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근 시민과 상인들의 불편함만 커졌다.
근처 야시장을 찾은 박모(32)씨는 “노숙인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술판을 벌이고, 술에 취해 지나가는 시민에게 시비를 걸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전모(37)씨는 “동문재래야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와서 먹으려고 했는데 벤치를 노숙인들이 차지하고 있어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광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더운 여름에 술에 취한 노숙인들이 그늘을 찾아 식당으로 몰린다. 영업에 방해가 되지만 싸우기 곤란해서 포기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건너편 동문재래야시장은 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리지만 이곳은 있던 손님도 달아나는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성매매 호객행위도 이곳을 기피공간으로 만든 요인이다. 본래 이곳은 항구 지역이라 성매매가 50년 넘게 기승을 부렸다고 전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우근민 제주도지사 시절 도심공원 사업이 추진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탐라문화광장 일대에서 노숙·주취자 관련 112신고가 총 450여건이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3회인 셈이다.
꾸준히 민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는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시민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지역주민과 상인 20여명이 탐라문화광장협의회를 발족하고 광장 일대를 금주·금연 거리로 지정하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징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광장’은 상위법이 없어 강제성 있는 법 집행은 어렵다. 광장과 유사한 ‘공원’에는 강제적 집행이 가능한 것과 상반된다.
문제해결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특히 여름에 신고가 급증하는데 관련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광장 인근에 초소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광장 출동 경찰은 “광장에서 음주행위는 불법이 아니라 계도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며 “제주시에서 더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는 “설사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져도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의 판단기준이 모호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