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원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 안하면 교사 재고용거부해도 돼”

입력 2018-07-20 16:46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 혼다 게이스케가 2014년 6월 19일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그리스 전을 앞두고 국가를 부르고 있다. 일본은 1999년에 기미가요를 국가로 재지정했다. AP신화


일본 법원이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제창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교사들의 재고용을 거부한 학교측 행동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교사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최고재판소는 19일 도쿄도립(東京都立)고등학교 전직 교사들이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제창할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고용을 거부당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과거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원고 1인에게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211~260만엔을 보상하라고 명령했다.

최고재판소는 이 결정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교육위원회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거나 재고용 거부 결정에 현저하게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원고측 청구를 기각했다.

또 재판부는 “재고용은 기본적으로 임명권자 재량에 위탁돼 있다”며 “제창시 기립하지 않은 것이 졸업식의 질서와 분위기를 일정 정도 훼손해 참석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교육위원회가 (말 안 듣는) 교직원을 복종시키는 수단으로 재고용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교육위원회의 방식을 재판부가 이번 판결로 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전직 교사 22명은 기립해 제창하라는 학교측 직무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쿄도 교육위원회로부터 감봉과 계고(戒告,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2006~2008년 사이 정년 등으로 퇴직한 후에는 재고용을 신청했으나 탈락되거나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 당시 일본에서는 퇴직 교직원 재고용률이 90~95%에 달했다.

기미가요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폐지됐다가 1999년에야 다시 국가로 지정됐다. 2008년 3월28일 학습지도요령에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기미가요를 부르라'는 요구를 담았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에 불복종 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