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특활비 뇌물 아니다?…검찰 “항소할 것”

입력 2018-07-20 16:32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엽 판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강명중 판사. 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뇌물로 인정되지 않은 가운데 검찰은 20일 “상식에 반하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이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부분에 대해 국고 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선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뇌물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은 (특활비 상납을)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가성이 없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활비를 지급한 행위는 횡령으로 인한 국고손실”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 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선고 직후 항소의 뜻을 밝혔다. 국정원장이 직무상 상급자인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돈은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나 안봉근 전 비서관처럼 대통령을 단순 보조하는 비서실 직원이 국정원장에게 받은 소액의 돈은 뇌물이라고 하면서 직접적 지휘관계에 있는 국정원장에게 받은 수십억원이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심의 논리는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하여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고, 개인 돈으로 주면 뇌물이라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죄의 죄질이 더 나빠지는 것일 뿐이지, 뇌물로서의 본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1심 선고와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